커피나무에서 커피잔까지

2014년 03월 09일
커피나무에서 커피잔까지

커피는 빈bean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러저러한 콩의 일종을 떠올리면 된다. 단지 커피가 잘 자랄 수 있는 기후조건이 있다. 이를 재배하는 농부도 벼나 사과나무를 심는 우리네 친척 아저씨와 다를 바 없다. 종자로 쓸 씨앗을 고르고 심고 기르면 체리같이 생긴 열매가 맺힌다. 그 열매를 따서 말리고 볶고 갈아서 마실 수 있는 상태로 만들면 그것이 커피다. 간단하다.

 

스페셜티 커피speciality coffee, 혹은 COE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1978년 미국 에르나 크누첸이 프랑스의 국제커피회의에서 처음 사용한 스페셜티 커피는 최상의 지리적 조건이 만들어낸 독특한 향미의 커피다. 컵 테이스팅 점수가 85점이 넘는 커피를 뜻하기도 한다. 1999년 브라질에서는 SCAA(Speciality coffee of America)의 품질 평가기준을 도입하여 커피의 순위를 정하였다. 이것이 컵 오브 엑설런스Cup of Exellence(COE)의 탄생이다. 이런 과정에서 Q-grader라 불리는 커피 감별사가 생겨났고, 커피인들은 좋은 커피를 찾기 위해 산지 곳곳을 여행하기 시작했다. 맛의 퀄리티를 제대로 살피기 위해 배전도는 점점 낮아졌으며 커피를 추출하는 도구도 다양화 되었다. 그렇다면 맛있는 커피가 생산될 조건과 가공과정은 무엇일까?

 

1) 품종

커피는 크게 아라비카Arabica와 로부스타Robusta로 나뉜다. 아라비카는 로부스타에 비해 맛이 섬세하고 미묘하다. 티피카Typica, 버번Bourbon, 카투라Catura, 파카마라Pacamara, 카투아이Catuai, 게이샤Geisha등은 알려진 품종들이다. 같은 품종이라도 각기 다른 나라의 기후조건과 만나 특별한 맛으로 진화하고 변화한다. 뿐만 아니라 스페셜티 시장이 들어서면서 맛의 퀄리티를 높일 새로운 변종들이 시도되었다. 이제 안정된 기반의 유명세 있는 커피는 지속되지 않는다. 농장주의 끝없는 노력과 새로운 시도에 특별한 기후조건이 만나 해마다 새로운 신화가 쓰여지고 스타커피가 등장한다. 그 예가 파나마 하시엔다 라 에스메랄다Hacienda La Esmeralda 농장의 게이샤다. 마치 꽃다발을 연상하게 하는 게이샤는 커피에서 상상하던 맛의 범위를 넘어 상상의 세계에 존재하는 듯한 미각의 황홀함을 선물했고 우리는 열광했다.

 

2) 토양

특별한 품종은 거기에 맞는 환상의 토양과 만나야 한다. 커피나무는 광물이 풍부한 진흙토양에서 잘 자란다. 수분을 잘 흡수해야 하고 배수도 좋아야 한다. 화산이 폭발했던 산사면의 토양은 광물질 뿐만 아니라 유황성분이 풍부하다. 유황성분은 종종 아주 진한 과일 향미를 지닌 커피를 생산해낸다. 코스타리카의 한 농장처럼 토질의 성분을 조사하여 부족하거나 필요한 성분을 주입하는 곳도 있다.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천연비료를 만들며 그늘을 드리워줄 나무를 심는 노력이 커피의 퀄리티를 높일 기술향상과 더불어 진행되고 있다.

 

3) 기후와 고도

에티오피아에서 기원한 커피는 열대기후에 적응해왔다. 특히 열매의 성장기가 길 때 맛있는 커피가 생산된다. 기후가 너무 따뜻하여 햇빛에 많이 노출되면 열매가 빨리 익는다. 빨리 익은 커피는 산미가 적어지고 단순해진다. 이런 경우에는 쉐이트 트리shade tree를 심는다. 반면 날씨가 너무 추우면 열매가 성장을 멈춘다. 아라비카는 해발고도 1000~2500m 사이에서 밤낮의 일교차가 클 경우 바디감이 좋고 산미와 아로마가 뛰어난 커피가 생산된다. 같은 조건일 경우 해발고도가 높은 쪽이 커피맛이 더 좋다. 하지만 적도로부터 떨어져 있는 지리적 위치도 무시할 수 없다.

 

4) 수확

수차례 COE에서 1등을 수상한 바 있는 과테말라 인헤르토 농장의 사장 아르뚜로에게 1등의 조건을 물었다. “자연조건이요.” 단순하게 그는 말한다. 뛰어난 천연조건에 심어진 특정 품종이 제대로 관리하는 농장주를 만났다. 이제 커피를 수확할 차례. 잘 익은 열매만을 따야한다. 너무 익어도 덜 익어도 최고의 맛을 내기 어렵다. 당연한가? 잘 익은 열매를 따기 위해 초록, 노랑, 빨랑 열매가 동시에 달린 한 나무를 농부는 몇 차례나 방문해야 한다. 불편함과 수고로움 속에 맛있는 커피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5) 가공

모아진 체리는 가공과정을 거친다. 가공과정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째, 건식가공Dry processing. 내츄럴Natural, 언워시드Unwashed 커피라고도 불린다. 이는 체리를 통째로 말리는 것. 대표적인 나라는 브라질과 에티오피아이다. 쉐이드트리 없이 완전히 햇빛에 노출되는 브라질의 경우, 체리가 건포도처럼 쪼글거릴때까지 나뭇가지에 남겨두기도 한다. 파티오patio에 널어 말리거나, 아프리칸 베드African Bed라 불리는 건조대에서 말린다. 물과 장비가 덜 드는 반면 곰팡이나 박테리아의 공격으로 품질 좋은 커피를 생산하기 어렵다. 반면, 제대로 가공될 경우 과육에 있는 단맛이 커피로 스며들어 바디감이 좋으며 너트함과 과일의 향미를 지닌 고급 커피가 생산된다.
둘째, 습식가공Wet processing, 워시드Washed. 수확 후 즉시 펄프(과육)를 제거한다. 펄프를 제거한 이후에도 빈은 여전히 점액질로 덮여 있다. 큰 수조에 물을 채워 한동안 담궈두면 점액질 제거가 쉬워진다. 재빨리 제거되지 않은 점액질은 불규칙한 발효의 원인이 되어 커피맛을 불쾌하게 만든다. 담궈두었던 커피는 말리기 전, 신선하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수로에서 씻는다. 이때 잘 익은 것은 무거워 아래로 가라 앉으므로 뜨는 것들을 골라내고 말린다. 세척하는 과정에서 겪는 작은 화학적 변화로 인해 우아한 산미와 생생한 과일 맛을 갖는다. 많은 양의 물과 비싼 장비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세째, 펄프드 네츄럴Pulped natural. 허니 프로세싱Honey processing 혹은 세미 워시드Semi washed라고도 불린다. 건식과 습식의 좋은 점을 살리는 것인데 빈과 펄프를 분리하되 일부 여전히 남아있는 점액질과 함께 빈을 건조시키는 방법이다. 남기는 점액질의 양을 달리하는 시도를 통해 최상의 맛을 찾고자 한다. 아직도 커피의 세계에는 개척되지 않은 무궁무진한 맛의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6) 건조

균일하게 건조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주변의 냄새들로부터 안전해야 한다. 보통은 파티오나 아프리칸 베드를 사용해 수분이 10~12% 정도가 될때까지 햇빛에 말린다. 밤이나 비가 올 때는 덮어주어야 하며 너무 많은 열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그라디올라gradiola라 불리는 기계로 건조하는 방법도 있으나, 건조시간이 짧아 일광건조에 비해 맛이 떨어진다. 최근에는 플라스틱 커버를 덮어 건조해 보았다. 긴 건조시간과 세심한 배려가 요구되는 반면 부드러운 커피맛을 도출했다. 도전이 없으면 더 큰 진보도 없다.

 

7) 드라이밀Dry mill

가공과정을 진행하는 공간을 웻밀Wet mill이라 부르고, 건조과정을 마친 커피를 가공하는 곳을 드라이밀이라 부른다. 이곳에서는 거대한 장비를 이용해 파치먼트를 벗겨내고 돌과 나뭇가지 같은 이물질을 골라낸 다음 크기에 따라 분류한다. 이렇게 처리된 후 주로 여성들에 의해 손으로 일일이 결점두가 골라진다. 처리과정을 모두 마치면 자루에 담겨 수출된다.

 

8) 저장

커피의 미묘한 맛을 살리기 위해 가능한 신속하게 수출하는 것이 좋다. 물론 올드빈을 의도하여 1년 이상 저장하는 인도네시아 자바, 발리 같은 나라들도 있다. 보관시 적정 온도가 맞추어진 냉장창고를 이용하면 좋으나 비용의 문제로 인해 대부분 창고에 쌓아둔다. 마대자루 안에 그레인 프로grain pro라 불리는 비닐을 이용하여 산소가 들어가 커피를 변질시키는 것을 막기도 한다. 진공포장도 또 하나의 방법이다.
이처럼 스페셜티 커피는 각 공정 하나하나가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다. 재배에서 가공, 수출까지. 이제 각 커피가 가진 향미를 최고치로 만들어줄 로스팅과 추출 기술이 남아 있는 셈이다. 설레며 기다리는 완벽한 한잔의 커피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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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정 글

조윤정 | 글쓰는 로스터

대학과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늘 글쓰기와 사람 사이의 소통에 관심을 두었다. 영국 Monmouth coffee company에서 커피를 시작했으며, 귀국하여 2003년 커피스트를 설립했다. 배우고 가르치며, 낯선 것과 모르는 것에 대한 일상적 모험을 날마다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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