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5, 비우는 날

2014년 07월 31일
D-15, 비우는 날

짐을 싼다.
가게는 폐허처럼 듬성해진다.
십년 동안 끌어안고 살았다.
손님이 적어준 메모하나,
애써 준 그림하나,
그 무엇하나 마음을 담지 않은 것이 없다.
길거리 떠돌던 솔방울 하나,
어느 바닷가 맨질한 유리조각 하나
주저주저 손 떨리는 추억들..
비운다.
십년, 마음에 쌓고
이야기들, 심장에 채워넣고
울컥거리며 비우고 또 비운다.
비어야 담을 수 있기에
오늘은 그저 한잔하고,
이제 새 역사를 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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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정 글

조윤정 | 글쓰는 로스터

대학과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늘 글쓰기와 사람 사이의 소통에 관심을 두었다. 영국 Monmouth coffee company에서 커피를 시작했으며, 귀국하여 2003년 커피스트를 설립했다. 배우고 가르치며, 낯선 것과 모르는 것에 대한 일상적 모험을 날마다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