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열

커피와 디자인

커피스트 공간, 그 10년을 읽다

커피스트 공간, 그 10년을 읽다

커피스트의 대표 로스터 조윤정 선생은 나의 커피 선생이다. 영국에서 로스터로 활동하다가 돌아온지 얼마 안 된 조 선생이 맡아 하던 커피 강좌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구나가 그런 꿈을 꾸듯, 조윤정 선생 역시 멋진 카페를 하나 만들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자신의 취향에 꼭 들어맞는 그런 카페를. 그건 어쩌면, 자신의 카페가 너무 좋아 늘 머물고 싶고 누군가를 불러서 오래 묵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으쓱하며 커피 한 잔 대접하고 싶은 그런 공간일거라 생각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카페 하나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동안 쌓여 있던 머릿 속의 생각들을 온전하게 펼칠 수는 없겠지만 일단 공간 하나를 계약하고 일을 벌였다. 1개월. 내가 조 선생으로부터 받아 놓은 시간은 한 달의 여유였다. 내가 그에게 요청했던 것은 유리창 모두를 막아 줄 것과 한 달을 기다려 달라는 게 전부였다. 전체 콘셉트를 생각하고 동선을 점검하고, 실물을 어찌 배치할지 고민하고. 그렇게 커피스트가 시작되었다. 원래 난 인테리어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다. 더더구나 badocams 전문 목수도 아니다. 난 그저 커피가 좋고, 예쁜 카페 하나가 이 세상에 생겨난다는 것이 좋은 사람이다. 그런데 어느덧 8월의 뙤약볕을 피해 일조각 1층, 사방이 가려진 공간에서 혼자 일하고 있었다. 테이블을 만들고, 커피 내리는 공간을 만들고, 이런 저런 것들을 만들어 나갔다. 그땐 끊임없이 만들기만 했다. 한 달 내내 조바심이 날만도 할 텐데, 조 선생은 그저 무심하게 기다렸다. 사실 표현은 안했지만 내 속은 더 타들어 갔다. 혼자서, 한정된 시간 안에 공간 전부를 채우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도 결국 커피스트가 불쑥 문을 열었다. 시간이 좀 더 걸리긴 했어도, 조 선생이 안식할만한 공간 하나가 그렇게 생겨난 것이다. 10년 전 커피스트를 만들며 생각한 하나의 주제는 어울림, 혹은 동화同化같은 거였다. 새로 만들어졌지만, 이미 그 골목에 오래전부터 있어왔었던 그런 공간이기를 바랐다. 그래서 색깔도 진해지고, 새로운 것보다는 어디에서 주워온 듯, 무심히 굴러다니는 것들이 오브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