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정

라이브커피 라이브러리

맛있는 커피를 향한 일상의 모험

맛있는 커피를 향한 일상의 모험

커피를 만드는 일은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일이다. 관계를 확인하는 일이다. 삶과 가까와지는 방법이다. 산지의 공기와 재배 과정에 대한 이해를 덧붙여, 생두를 고르고 가스의 양을 조절한다. 볶은 커피를 숙성시켜 적절한 굵기로 갈아 또르르 자연과 하나되어 커피를 내린다. 부풀어오르는 거품의 모양과 물줄기와 혼연일체가 된다. 나는 곧 자연이다. 사람과 커피와 인생이 하나처럼 만나는 일, 커피를 아는 과정이 그러하다. 맛있는 커피는 불편함이다. 편하기로 치면 맥심 한봉지면 충분하다. 그 맛을 최고로 여기며 불만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미 ‘맛’이라는 새로운 범주에 발을 들이밀었다면 과거로 맛의 정신을 회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새로운 세계, 맛을 위한 불편함에 몸을 던질 수 밖에 없다. 맛있는 카페를 찾아다니고, 콜롬비아와 과테말라 커피를 구분하고, 커피 볶는 도구들을 장만하고, 책들을 구입하고, 드립이며 에스프레소에 몰입한다. 끝도 없는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카페를 오픈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늘 받는 질문, 카페를 여는 데 어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나요? 초보자에겐 분명한 지침이 효과적이다. 몇 평에 얼마, 기계는 어떤 종류로 얼마, 혹은 두 세 가지의 경우의 수를 나열하여 이런 경우엔 얼마, 또 얼마 라는 식이다. 하지만 경험이 늘어갈 수록 그 어떤 것도 분명하고 단순하게 일컫지 못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나요? 그에 관한 대답도 마찬가지다. 한잔 150CC를 내리기 위해, 15그람의 커피를 말코닉 12에 분쇄하여 정수된 물 87도로 뜸을 30초 들이고, 그 다음 부풀어 오르면 동전 크기만큼의 원을 중심에서 바깥으로 1분 30초 안에 내린다. 명쾌하지 않은가? 수십년을 커피에 몰입한 고수는 자신의 커피에 걸맞는 추출 방법을 그때 그때 사용하는 사람이겠지만, 몇 년이 지나고 깨달음 하나, 또 하나, 그렇게 커피의 심장에 다가서고 있는 단계에서는 당췌 맛있는 커피를 어떻게 내려야 할 지 정의가 서지 않게 마련이다. 그러니까 커피가 매력있지, 도무지 앎의 중심안으로 다가서지지 않는 것, 이라고 말해도 도무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위에서 말한 방식으로 커피를 내린다면야 기본은 지키는 것이니 맛이 형편없이...
커피집의 하루, 로스팅에서 한잔의 커피가 되기까지 2

커피집의 하루, 로스팅에서 한잔의 커피가 되기까지 2

2014년 9월 현재, 광화문 커피스트. 아침에 가게를 열면, 처음 오픈한 10년 전처럼, 필요한 물품을 점검하고, 생크림을 치고, 설탕을 담고, 구석구석 청소를 한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에스프레소를 세팅하고 맛을 보는 일이다. 우리집 커피는 며칠씩 숙성이 되어야 맛이 풍부하지만, 때로는 어제 볶은 커피를 사용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 질 좋은 거품으로 고소하고 풍부한 맛의 라떼와 카푸치노를 만들기 위해 온 직원이 부단한 노력과 연습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날씨의 변화에 따라 중간중간 추출 상태와 맛을 점검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제대로 된 추출이 아닌 경우 언제든지 새로 만들 각오가 진정한 바리스타를 만든다. 사용하기 직전에 원두를 갈고, 늘 잔을 따뜻하게 데우고, 우유를 차갑게 보관하고, 추출 즉시 머신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기본원칙이 성실하게 반복되는 카페야말로 손님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 먼머쓰에 있을 당시 처음으로 에스프레소 머신을 다루게 되었는데, 어찌나 제대로된 거품을 만들기 어렵던지, 나보다 나은 거품을 만들어내는 동료는 누구라도 “너는 왜 그렇게 잘 할 수가 있는거야”라며 끈질기게 달려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손님에게 라떼를 만들어 내놓았다. 그녀는 늘 한번에 두잔의 라떼를 마시고 가곤 했는데, 내가 만든 한잔을 마시고 저 계단 아래 커피를 포장하고 있던 레이첼에게 “라떼 한잔 더 줄래?”라는 것이었다. 나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랐고, 그녀가 두잔의 커피를 마시고 돌아간 후 급기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너와 나의 라떼는 무슨 차이야?”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나와 같은 나라에서 왔어. 뉴질랜드에선 라떼에 일반적으로 거품을 더 많이 넣거든.” 그때서야 알았다. 만드는 사람에 따라서도 맛이 제각각이지만, 같은 카푸치노라도 어떤 이는 거품이 가득한 드라이Dry카푸치노를 어떤 이는 거품이 없고 스팀된 우유가 가득한 윁Wet카푸치노를 그리고 어떤 이는 저지방으로 만든 라떼를 원하다는 것을. 커피스트는 특히 드립 중심의 카페인지라 그날 가장 맛이 좋은 커피를 오늘의 커피로 정해 손님들에게 안내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많은 단골들은 우리를 믿고 그저 오늘의 커피를 주문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한동안 카페들은 “우리...
커피집의 하루, 로스팅에서 한잔의 커피가 되기까지 1

커피집의 하루, 로스팅에서 한잔의 커피가 되기까지 1

처음 커피를 시작했던 영국 런던 먼머쓰Monmouth coffee company 2000년, 새벽 6시, 3주에 한번씩 빈 딜리버리Bean delivery가 있다. 지금은 몇 배나 늘었지만 그때 당시 한번에 60~70가마의 생두가 배달되곤 했다. 딜리버리 전, 먼머쓰는 미리 보유해둔 콜롬비아가 다 떨어져 가는 상태라 생두 딜러에게 샘플을 요청했고, 그것으로 샘플 로스팅을 하여 컵 테이스팅을 진행했다. 어찌나 많은 커피를 시음했는지 커피가 머리 끝까지 차올라 취한 상태로 귀가했었다. 당시 우리가 사용했던 샘플 로스터기는 오른손으로 드럼을 돌리면서 동시에 왼손으로 가스를 조절하는 것이었는데 좌뇌와 우뇌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바보처럼 어정쩡하게 돌아가던 손이 멈추곤 하였다. 중배전을 하고 있던 먼머쓰는 그때 당시에 컵핑을 위한 커피를 2차 팝핑이 오기 직전에 꺼냈는데, 스페셜티 커피가 시작되면서부터는 1차 팝핑과 2차 팝핑의 2/3지점인 아그트론 #55에 맞추어 8~12분 사이, 좀더 약배전으로 샘플을 만들고 있다. 커피는 두번 튄다. 옥수수가 불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조직이 파열되어 팝 하고 소리를 내는 것처럼, 커피도 팝핑popping한다. 노래를 부르던 네팔 친구 미노드는 변성기가 2번 왔다며 우리의 인생도 커피처럼 두번의 전성기를 맞는 것은 아닐까, 하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로스팅된 샘플은 컵 테스트를 실시하며 물과 커피의 비율은 150cc에 8.25g 이다. 오차를 줄이기 위하여 샘플을 여러컵 준비한다. 가루를 갈아 Aroma와 Fragrance를 체크하고, 뜨거운 물을 부어 향을 다시 맡고, 4분 후에 브레이크break를 하여 위에 떠 있는 커피 가루를 걷어낸다. 쓰읍하고 입안으로 커피를 분사하는데 이를 슬러핑slurping이라고 한다. 맛Flavor, 뒷 여운Aftertaste, 신맛Acidity과 바디Body를 체크하고 밸런스Balance가 맞는지, 여러 개의 샘플이 균일한지를 평가한다. 어떤 향미가 나는지, 제대로 발란스 있는 향미가 나는지, 향미를 죽이는 이질적인 맛이 나지는 않는지, 혹은 그 향미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샘플로 테이스팅을 했던 생두가 도착하고, 이제 볶을 준비가 완료되었다. 처음 로스팅Roasting을 배우러 내려간 날의 일이다. 아주 오랫동안 사장과 매니저를 졸라 가까스로 일주일에 한번 로스팅실에 내려갈 기회를 얻었다. 나의 첫 임무는 블랜딩Blending을 하는 것. 커다란 스덴으로 된...
커피나무에서 커피잔까지

커피나무에서 커피잔까지

커피는 빈bean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러저러한 콩의 일종을 떠올리면 된다. 단지 커피가 잘 자랄 수 있는 기후조건이 있다. 이를 재배하는 농부도 벼나 사과나무를 심는 우리네 친척 아저씨와 다를 바 없다. 종자로 쓸 씨앗을 고르고 심고 기르면 체리같이 생긴 열매가 맺힌다. 그 열매를 따서 말리고 볶고 갈아서 마실 수 있는 상태로 만들면 그것이 커피다. 간단하다.   스페셜티 커피speciality coffee, 혹은 COE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1978년 미국 에르나 크누첸이 프랑스의 국제커피회의에서 처음 사용한 스페셜티 커피는 최상의 지리적 조건이 만들어낸 독특한 향미의 커피다. 컵 테이스팅 점수가 85점이 넘는 커피를 뜻하기도 한다. 1999년 브라질에서는 SCAA(Speciality coffee of America)의 품질 평가기준을 도입하여 커피의 순위를 정하였다. 이것이 컵 오브 엑설런스Cup of Exellence(COE)의 탄생이다. 이런 과정에서 Q-grader라 불리는 커피 감별사가 생겨났고, 커피인들은 좋은 커피를 찾기 위해 산지 곳곳을 여행하기 시작했다. 맛의 퀄리티를 제대로 살피기 위해 배전도는 점점 낮아졌으며 커피를 추출하는 도구도 다양화 되었다. 그렇다면 맛있는 커피가 생산될 조건과 가공과정은 무엇일까?   1) 품종 커피는 크게 아라비카Arabica와 로부스타Robusta로 나뉜다. 아라비카는 로부스타에 비해 맛이 섬세하고 미묘하다. 티피카Typica, 버번Bourbon, 카투라Catura, 파카마라Pacamara, 카투아이Catuai, 게이샤Geisha등은 알려진 품종들이다. 같은 품종이라도 각기 다른 나라의 기후조건과 만나 특별한 맛으로 진화하고 변화한다. 뿐만 아니라 스페셜티 시장이 들어서면서 맛의 퀄리티를 높일 새로운 변종들이 시도되었다. 이제 안정된 기반의 유명세 있는 커피는 지속되지 않는다. 농장주의 끝없는 노력과 새로운 시도에 특별한 기후조건이 만나 해마다 새로운 신화가 쓰여지고 스타커피가 등장한다. 그 예가 파나마 하시엔다 라 에스메랄다Hacienda La Esmeralda 농장의 게이샤다. 마치 꽃다발을 연상하게 하는 게이샤는 커피에서 상상하던 맛의 범위를 넘어 상상의 세계에 존재하는 듯한 미각의 황홀함을 선물했고 우리는 열광했다.   2) 토양 특별한 품종은 거기에 맞는 환상의 토양과 만나야 한다. 커피나무는 광물이 풍부한 진흙토양에서 잘 자란다. 수분을 잘 흡수해야 하고 배수도 좋아야 한다. 화산이 폭발했던 산사면의 토양은 광물질 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