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집의 하루, 로스팅에서 한잔의 커피가 되기까지 2

2014년 03월 10일
커피집의 하루, 로스팅에서 한잔의 커피가 되기까지 2

2014년 9월 현재, 광화문 커피스트.
아침에 가게를 열면, 처음 오픈한 10년 전처럼, 필요한 물품을 점검하고, 생크림을 치고, 설탕을 담고, 구석구석 청소를 한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에스프레소를 세팅하고 맛을 보는 일이다. 우리집 커피는 며칠씩 숙성이 되어야 맛이 풍부하지만, 때로는 어제 볶은 커피를 사용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 질 좋은 거품으로 고소하고 풍부한 맛의 라떼와 카푸치노를 만들기 위해 온 직원이 부단한 노력과 연습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날씨의 변화에 따라 중간중간 추출 상태와 맛을 점검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제대로 된 추출이 아닌 경우 언제든지 새로 만들 각오가 진정한 바리스타를 만든다. 사용하기 직전에 원두를 갈고, 늘 잔을 따뜻하게 데우고, 우유를 차갑게 보관하고, 추출 즉시 머신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기본원칙이 성실하게 반복되는 카페야말로 손님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
먼머쓰에 있을 당시 처음으로 에스프레소 머신을 다루게 되었는데, 어찌나 제대로된 거품을 만들기 어렵던지, 나보다 나은 거품을 만들어내는 동료는 누구라도 “너는 왜 그렇게 잘 할 수가 있는거야”라며 끈질기게 달려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손님에게 라떼를 만들어 내놓았다. 그녀는 늘 한번에 두잔의 라떼를 마시고 가곤 했는데, 내가 만든 한잔을 마시고 저 계단 아래 커피를 포장하고 있던 레이첼에게 “라떼 한잔 더 줄래?”라는 것이었다. 나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랐고, 그녀가 두잔의 커피를 마시고 돌아간 후 급기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너와 나의 라떼는 무슨 차이야?”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나와 같은 나라에서 왔어. 뉴질랜드에선 라떼에 일반적으로 거품을 더 많이 넣거든.”
그때서야 알았다. 만드는 사람에 따라서도 맛이 제각각이지만, 같은 카푸치노라도 어떤 이는 거품이 가득한 드라이Dry카푸치노를 어떤 이는 거품이 없고 스팀된 우유가 가득한 윁Wet카푸치노를 그리고 어떤 이는 저지방으로 만든 라떼를 원하다는 것을.
커피스트는 특히 드립 중심의 카페인지라 그날 가장 맛이 좋은 커피를 오늘의 커피로 정해 손님들에게 안내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많은 단골들은 우리를 믿고 그저 오늘의 커피를 주문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한동안 카페들은 “우리 가게는 볶은지 10일 이내의 커피만을 사용합니다.”라고 당당하게 외치며 장사를 하곤 했다. “갓볶은 원두커피”가 가장 잘 먹히는 문구로 한동안 사랑받아 왔던 것이다.
건물 윗층 사장님이 단골인 어느 마트에서 유기농이라며 원두구매를 제안받았다. 그때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우리 사무실 아래층에 있는 커피집에서 커피를 삽니다. 아무리 좋은 쌀이라 할지라도 갓 지은 밥이 가장 맛있거든요.” 물론 그렇다. 그렇기는 해도 밥을 지어 뜸이 들어야 하듯, 커피도 숙성해서 안정되어야 맛이 깊고 고급스럽다.
“사장님, 요즘 저희가게 커피는 어떤 가요?”
그녀는 거침없이 대답한다. “그야 누가 내리느냐에 따라 다르지”
우리는 15그람~20그람의 커피를 고노 드리퍼에 87도의 물로 30초쯤 뜸을 들이고 150cc 내린다는 메뉴얼을 정해 놓고 있다. 그 누가 내려도 비슷한 맛을 재현해 낼 수 있도록 메뉴얼을 정한 것인데, 우리들이 공부가 깊어질 수록 추출방식이 진화하고 있다. 커피의 볶은 정도와 볶은 날짜의 미묘한 차이를 모든 직원이 똑같이 숙지하기란 어렵지만 개인이 가진 지식의 정도에 따라, 경험에 따라, 그들이 여는 마음의 폭에 따라 맛의 내용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두의 상태를 점검하고, 빈이 보이는 반응에 민감하게 대처하고, 늘 테스트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고 모험하고 시도하고 더 맛있는 커피 한잔을 만드는 각오로 오늘을 사는 일, 진심을 다해 고객을 만나는 일이 우리 커피인의 자세이다.
그러니까 결국, 모든 것은 사람이다. 마음을 담은 한잔의 커피, 따뜻함을 담은 진짜 커피,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담보하겠다는 순수한 욕심, 그것은 다름아닌 그것을 만드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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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정 글

조윤정 | 글쓰는 로스터

대학과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늘 글쓰기와 사람 사이의 소통에 관심을 두었다. 영국 Monmouth coffee company에서 커피를 시작했으며, 귀국하여 2003년 커피스트를 설립했다. 배우고 가르치며, 낯선 것과 모르는 것에 대한 일상적 모험을 날마다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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