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집의 하루, 로스팅에서 한잔의 커피가 되기까지 1

2014년 03월 10일
커피집의 하루, 로스팅에서 한잔의 커피가 되기까지 1

처음 커피를 시작했던 영국 런던 먼머쓰Monmouth coffee company 2000년,
새벽 6시, 3주에 한번씩 빈 딜리버리Bean delivery가 있다. 지금은 몇 배나 늘었지만 그때 당시 한번에 60~70가마의 생두가 배달되곤 했다. 딜리버리 전, 먼머쓰는 미리 보유해둔 콜롬비아가 다 떨어져 가는 상태라 생두 딜러에게 샘플을 요청했고, 그것으로 샘플 로스팅을 하여 컵 테이스팅을 진행했다. 어찌나 많은 커피를 시음했는지 커피가 머리 끝까지 차올라 취한 상태로 귀가했었다. 당시 우리가 사용했던 샘플 로스터기는 오른손으로 드럼을 돌리면서 동시에 왼손으로 가스를 조절하는 것이었는데 좌뇌와 우뇌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바보처럼 어정쩡하게 돌아가던 손이 멈추곤 하였다. 중배전을 하고 있던 먼머쓰는 그때 당시에 컵핑을 위한 커피를 2차 팝핑이 오기 직전에 꺼냈는데, 스페셜티 커피가 시작되면서부터는 1차 팝핑과 2차 팝핑의 2/3지점인 아그트론 #55에 맞추어 8~12분 사이, 좀더 약배전으로 샘플을 만들고 있다.
커피는 두번 튄다. 옥수수가 불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조직이 파열되어 팝 하고 소리를 내는 것처럼, 커피도 팝핑popping한다. 노래를 부르던 네팔 친구 미노드는 변성기가 2번 왔다며 우리의 인생도 커피처럼 두번의 전성기를 맞는 것은 아닐까, 하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로스팅된 샘플은 컵 테스트를 실시하며 물과 커피의 비율은 150cc에 8.25g 이다. 오차를 줄이기 위하여 샘플을 여러컵 준비한다. 가루를 갈아 Aroma와 Fragrance를 체크하고, 뜨거운 물을 부어 향을 다시 맡고, 4분 후에 브레이크break를 하여 위에 떠 있는 커피 가루를 걷어낸다. 쓰읍하고 입안으로 커피를 분사하는데 이를 슬러핑slurping이라고 한다. 맛Flavor, 뒷 여운Aftertaste, 신맛Acidity과 바디Body를 체크하고 밸런스Balance가 맞는지, 여러 개의 샘플이 균일한지를 평가한다. 어떤 향미가 나는지, 제대로 발란스 있는 향미가 나는지, 향미를 죽이는 이질적인 맛이 나지는 않는지, 혹은 그 향미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샘플로 테이스팅을 했던 생두가 도착하고, 이제 볶을 준비가 완료되었다. 처음 로스팅Roasting을 배우러 내려간 날의 일이다. 아주 오랫동안 사장과 매니저를 졸라 가까스로 일주일에 한번 로스팅실에 내려갈 기회를 얻었다. 나의 첫 임무는 블랜딩Blending을 하는 것. 커다란 스덴으로 된 막힌 싱크같은 곳에 블랜딩할 커피 7가지를 비율에 맞게 넣고 스쿱으로 이리 저리 골고루 섞는 것이었는데, 나는 무슨 일이든 집중할 때면 이어폰을 끼는 습관이 있어 이어폰을 끼고 열심히 커피를 믹싱하고 있었다. 나를 쳐다보던 헤드 로스터Head Roaster인 요한Ewan이 소리지른다. “너, 나가!”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그렇다. 로스팅은 소리를 듣고, 색을 확인하고, 냄새를 구분하고, 배기의 상태를 체크하며, 매 순간 온도의 변화를 기록하는 섬세한 작업인 것이다. 날씨가 변해도, 공기의 흐름이 달라져도 그것에 걸맞는 변수를 체크하며 일관성있는 커피를 생산해 내는 일이다.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훌륭한 커피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day_2

커피는 나라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다. 브라질, 콜롬비아, 과테말라 등등 그리고 그 다음에는 지역 이름을 붙이거나 등급을 붙이거나 품종을 붙여 명명된다. 그러나 블랜딩을 하여 여러가지 커피가 섞인 경우에는 원하는 이름을 마음껏 붙여도 상관없다. “커피스트 하우스 블렌드”처럼 추출 방식이라거나 특별한 맛과 의도에 걸맞는 이름을 붙이면 그만이다. 블랜딩의 경우 두가지를 섞어도 5가지를 섞어도 그만이나 추구하는 맛의 조화와 추출 방식에 걸맞는 맛을 창출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생두를 섞은 후 볶거나, 각각을 따로 볶은 후에 섞어도 좋지만, 약배전과 강배전 등 배전도를 다르게 하여 맛의 다양성을 추구하려면 볶은 후 블랜딩을 하는 것이 좋다.
스페인에서 온 매니저 조지Jorge도 로스팅을 배우고 싶었다.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그도 일주에 한번씩 로스팅실로 내려오기로 예정되었다. 그는 나와는 다른 요인으로 로스팅실에서 퇴출당했다. 그 또한 나처럼 블랜딩을 하는 임무를 맡았는데, 정확한 그람수를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100그람이면 정확하게 100그람을 저울질 하여 섞어주어야 오차가 없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블랜딩의 비율을 정할 이유가 없으며, 결국 맛이 조금씩 달라지게 마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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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정 글

조윤정 | 글쓰는 로스터

대학과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늘 글쓰기와 사람 사이의 소통에 관심을 두었다. 영국 Monmouth coffee company에서 커피를 시작했으며, 귀국하여 2003년 커피스트를 설립했다. 배우고 가르치며, 낯선 것과 모르는 것에 대한 일상적 모험을 날마다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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