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스트 공간, 그 10년을 읽다_2

2014년 03월 10일
커피스트 공간, 그 10년을 읽다_2

그러다가 나의 손가락이 깨진다. 이런… 순간 머리가 온통 하얘진다. 조 선생의 얼굴은 노래졌겠지. 손가락이 아프지만 태산보다 큰 할 일이 아른거린다. 속으로 스스로를 향한 욕을 한다.

‘멍청이’

얼른 조 선생이 목수를 수배한다. 그리고 난 그들과 원격 교신을 한다. 합체하는 방법을 대충 알려주고, 주사를 맞는다. 견딜 수가 없다. 궁금해서. 내가 생각한대로 공간이 나와야 하는데… 그러다 결국 솜씨 좋은 그런데다가 성격까지 좋은 목수 두 분과 조우한다. 다시 차근히 설명한다. 내가 그려 놓았던 도면을 보여주거나 잘라 놓은 나무들을 가져다가 방향과 방법을 재차 설명하고 그들에게 머리를 숙인다.

드디어 가구들이 만들어진다. 조각나 있던, 그래서 절대로 하나가 될 것 같지 않았던 모든 것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들어맞는다. 이제 카페의 윤곽이 잡힌다. 테이블과 바가 완성되고 손님을 위한 바와 바리스타들의 작업 공간 사이의 격벽이 세워진다. 하나하나 자리를 잡아간다. 이제야 손가락 통증이 제대로 느껴진다.

공사 기간이 일주일에서 열흘로 늘어났고 간신히 오픈을 한다. 그래도 이뻤다. 조 선생도 만족하는 눈치다. 그야말로 다행이다. 아마 내가 보기엔 얘기치 않았던 일들로 더 많은 물량이 투자되고, 시간도 많은 손해가 되었지만 그나마 이쁘게 탄생되어서 약간 안도감이 든다.

“그래, 뭐든지 이쁘면 용서가 되는거야.”

이렇게 해서 8월의 첫 열흘이 들불처럼 타서 사라지고, 어엿하게 새로운 커피스트가 돌아왔다. 커피스트는 그동안 무엇인가를 채워 넣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모든 것을 비워냈다. 그간 물품들을 대여해주신 분들에게 돌려보낸 것도 있고, 책들의 많은 부분은 청소년들을 위해 기증되었다. 많은 것을 덜어내니 참 단아해졌다.

그러면서도 ‘커피스트다움’이 덜어진 건 아니다. 여전히 친근감 있고 쉽게 동화될 수 있는 공간이 된 것 같다. 가구와 기물들은 10년을 버티려고 기획했다. 단단하고 색감 좋은 퍼플하트로 바와 테이블을 만들었다. 스틸 프레임으로 안정감과 견고함을 꾀했다. 목재에 스틸을 덧대다보면 경박해지기 쉬운데, 나무가 좋다면 얼마든지 멋진 가구가 나온다. 인테리어와 디자인에 위트를 빼놓을 수 없다. 요즘 파이프를 이용한 가구 제작이 한창이다. 구조적으로도 좋고 시각적으로도 좋다. 거기다가 유머가 있으니 멋진 삼합三合이 아닌가?

전체 톤은 이전의 것에서 지나치지 않도록 했다. 어떤 분들은 커피스트가 변한다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들도 계셨다. 그냥 익숙하고 친근한 커피스트가 있으면 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변하지 않는 듯 변하고, 바꾸었으나 여전히 느낌은 그대로인 공간을 생각했다. 사실 내부의 모든 것들이 바뀌었다. 하지만 커피스트는 여전하다. 그건 아마도 디자인이라는 것이 공간空間은 물론이고 시간時間과 사람人間의 오묘한 조우와 결합이 빚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을 거스르는 행복한 사람들이 커피스트에 머무는 한 그 공간은 여전히 커피스트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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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정 글

김정열 | 목사

신학을 전공했다. 커피를 깊이 공부하고 가르치기도 한다. 사진을 취미로 찍는다. 커피와 관련한 책을 쓰기도 한다. 커피스트 공간을 구상하고 직접 작업하여 만들었다. 요즘에는 사람을 매개로 하는 도서관을 만들어 또 다른 일을 한다. 그리고 그는 이 모든 것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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