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씬 취했다.

2015년 08월 13일
흠씬 취했다.

한 사람이 오니, 그녀의 연인이 와서 의자를 고쳐준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교보문고의 헌수막이 생각났다.

더위마저 더워서 지치는 날, 아이가 말한다.
“실은 내가 애기때 말야. 매일 그림을 그리고 놀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내가 나와 대화한 거였더라구.”
아, 그래… 커피를 내리며, 나는 나와 소통하고 있었구나.
어제도 오늘도 고요하게 갈구하는 지혜가 커피가루 안에 휘휘 돌아가고 있다.
세월이 숱하게 흐르고 나서야 아주 조금 알것 같고, 끝도 없이 모르는 인생이 커피속에 흠씬 취했다.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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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정 글

조윤정 | 글쓰는 로스터

대학과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늘 글쓰기와 사람 사이의 소통에 관심을 두었다. 영국 Monmouth coffee company에서 커피를 시작했으며, 귀국하여 2003년 커피스트를 설립했다. 배우고 가르치며, 낯선 것과 모르는 것에 대한 일상적 모험을 날마다 시도하고 있다.